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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창작/네타]

'너의 이름은.' 팬픽 '너를 만나러 가.'에 대한 감상평과 그에 대한 답가.

글쓴이 : SkyTrace 날짜 : 2017-04-21 (금) 13:44 조회 : 791
글주소 : http://www.typemoon.net/review/353795


사람은 이야기를 먹고 산다. 딱히 이론적 근거는 없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어렴풋이 느낀 바로는 그렇다. 옛 설화와 전설, 그리스 시대 연극이 몇 천 년을 살아남았듯,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이야기만은 살아남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다.
그래서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팬픽핫산이랑 만화핫산들이 신기하다. 수준 차이가 없을 수 없고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일단 이야기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은 햇빛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존재같다. 내가 종속영양생물인데 반해서.

'너를 만나러 가'는 작가의 사심이 잔뜩 투영된 이야기라는 인상을 받는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상당히 알기 쉬운 사심이다. 그 뚜렷한 메시지는 통주저음처럼 작품 내내 조금씩 깔려 흐르다 필요할 때 들쳐 올려져 존재감을 뽐낸다. 이 사심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유는 주제의식이 원작 특유의 '달려가는 힘'과 조화를 이루며 독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향해 앞뒤 안 보고 힘껏 달려가는, 다소 오글거리지만 순수한 힘 말이다. 글의 전개나 속도감 같은 기술적인 완급조절도 훌륭했지만 작품을 넘어 독자의 등까지 떠미는 인물들의 긍정적인 언동이 좋았다. 

혜성이라는 극적인 장치가 없는 세계에서 둘의 관계를 그리는데도 원작이 절묘하게 변주되어 신기했다. 2차 창작에 범람하는 메가데레 이챠이챠 일변도를 벗어난, 서투르고 티격태격하는 주인공 둘도 좋았고,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개연성을 잃지 않는 선에서 주변 인물들에게 세밀한 터치로 덧입힌 심리묘사에서 원작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

'너를 만나러 가'는 영상이나 만화가 아닌 '글'이 할 수 있는 것을 십분 보여준다. 줌인/줌아웃, 내면과 외양, 인물 한 명 한 명의 심리와 그 배경까지 원경과 근경을 가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독자의 눈 앞에 끌고 오는 필력이 경쾌하다. 읽는 내용을 머릿속에서 영상으로 옮겨보다가도 카메라로 구도 잡기를 포기하고 글과 이야기, 심리 자체에 몰입하게 되는 것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다. 그림 핫산들이 얼른 읽고 그려오면 좋겠다. 그릴 장면이 차고 넘치는데 내가 능력이 안 돼서 못 그리는 게 엄청 답답하다.

원작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정, 받았던 영향 등등 좋았던 모든 것에 대해 보답하기 위해서 갤질을 하고 개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 때문에 그 '좋았던 모든 것'의 총량이 두 배가 돼버린 느낌이다. 
내 이야기를 낳은 적 없이 평생 소비만 해온 나로서는 어떻게 하면 이런 걸 만들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다른 어떤 수단으로라도, 세상에 이만한 어떤 것을 전달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진다. 그래서 소모적인 갤질을 그만두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고 싶은 마음도 싹튼다. 텟시에게 안경 씌우기라든가. 

2차 창작 소비자로서 흡족한 이야기를 들려준 이야기꾼에게 감사한다. 
훌륭한 이야기꾼의 앞날에 돈과 치킨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먼저 길디 긴 감평을 써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사실 '너를 만나러 가.'를 쓰면서도 제 글이 어떻게 보일지가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이리저리 힐긋힐긋 갤러리를 뒤적거리기도 했고, 성간횡단편때는 아예 미친듯이 새로고침을 눌러대고 있었죠. 과연 주제의식이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가. 읽으시는 분들이 느낄 감정은 어떨까. 이런 호기심들이 샘솟더라고요. 제가 볼 때는 괜찮지만 다른 분들의 시선은 어떠할지도 모르고.


그 점에 있어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살짝은 낯간지러운 사실이지만 창작자는 보아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쓰고, 그리고, 생각하는 존재입니다. 어찌 보면 일종의 반능동적 커뮤니케이션이죠. 괴로워하며, 아파하며, 때로는 기뻐하며. 그렇게 쓴 글들을 세상 앞에 내보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도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반응이 없다면 더더욱. 읽으시는 분들이야 잘 읽었습니다.하고 치우면 끝날 일이지만 때로는 그게 창작자 나름대로 엄청 고민하고 고통스럽게 쓴 글이라 실망할 수도 있고요. 인정하기는 꺼려지는 말이긴 합니다만, 이게 보편적인 반응이죠.


그런 만큼, 코멘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인데 장문의 감평까지 써 주신 점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감평을 읽고선 뛸 듯이 기뻤습니다.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작가는 이런 감평을 볼 때마다 기쁨과 보람이 차오르는 존재입니다. 자신의 세계관, 이야기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마침 살짝 울적한 일이 있었습니다만, 덕분에 조금이나마 막막함이 덜어졌습니다.



감평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면, 날카롭게 '너를 만나러 가.'의 중점을 찔러냈다는 것이 놀랍고도, 한편으로는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너를 만나러 가.'를 손가락 끝이 아닌 가슴으로 써 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느꼈고 앞으로도 느낄 감정들, 앞으로의 미래, 다짐, 그리고 지금. 이 모든 것들을 글이라는 매체에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조금 웃긴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세상에다 대고 싸움을 건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 만큼 저는 제 나름대로 열심히 써 냈다고 생각합니다.


한 점 부끄럼조차 없이, 후회하지 않게끔요.


변주에 대해 말하자면, 캐릭터들을 그저 이야기를 따라 움직이게 하는 용도로 쓰고 버리기 싫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이랬습니다. 캐릭터는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되도록이면 비중 있게 나온 캐릭터들에게 많은 것을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덴티티라던가, 차별성이라던가, 감정에 따른 표현이라던가.


특히 미츠하와 타키, 테시가와라와 사야카는 더더욱.

이 넷은 어디로든지 튈 수 있는 아이들입니다. 웃고, 울고, 떠들고, 장난치고. 그러다가 한 번 마음이 정해지면 올곧게 나아가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의 격렬하고도 톡톡 튀는 불꽃같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내고 싶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계속 갖고 있어서 그런지 감정표현이 엄청 시원시원하게 되더라고요. 줏대없이 너무 휙휙 바뀌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이제 와서 고백하는 거지만, 저는 글이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두리뭉술한 뜻을 전하는 건 글이지만,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 또한 글입니다. 그래서 저는 글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심리와 이야기, 구도를 만들어내고,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살짝 씁쓸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글을 쓰는 사람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취급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글이 그림보다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깨부수고 싶었습니다.


둘 다 결국 선 하나 못 그으면 엉망진창이 되기 마련이고, 삐끗하면 삑소리가 나며 불협화음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여기에다가 굳이 내가 낫네 네가 구리네라는 말을 붙여아 할까요. 그냥 서로의 영역이란 것을 인정하며 사이좋게 지내면 되는 것을.


글이 길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글이란 것은 짧은 문단 몇 개로 표현해낼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고, 끄끝내는 행동까지 변화시키는 것. 어찌 보면면 중후장대한 설득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돌린다는 것이 어디 쉽나요.


그런 면에서 독자분들의 등을 떠민다는 표현이 정말로 좋았습니다. 낯부끄러운 말이긴 합니다만, 저는 쓰면서 '너를 만나러 가.'가 이 세상을 살아가며 나름의 악전고투, 사선을 넘나드는 세상과의 전쟁을 치루는 분들에게 미약하게나마 용기를 주고, 보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습니다. 달리 보면 일종의 장대한 응원가이기도 합니다.

만약 감평을 써 주신 당신의 등도 떠밀었다면, 저는 글을 써낸 보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같은 분이 있기에 저는 '너를 만나러 가.'를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감평을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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